[논평] 성산 철새도래지! 제주의 생명들을 지켜야한다

논평 | 제주녹색당 | 2019-11-11

-국토교통부는 엉터리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기반한 제2공항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수행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이며 성산이 공항입지로 부적합하다는 중대한 사실들이 현재 진행되는 환경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KEI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검토의견에서 제2공항 건설 계획이 철새도래지 인접 등의 이유로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며 법정보호종의 서식역과 철새도래지 보전을 통한 생물다양성 및 서식역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의 부합성을 확보하고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예방을 위한 입지적 타당성 및 입지 대안 검토가 수행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철새도래지 등이 지정되지 않은 입지 대안을 검토하는 것을 요청하였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입지 적정성 문제를 검토하기보다는 운영 시 관리계획만을 수립한바, 입지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한마디로 성산 입지가 부적합하니 새로운 공항입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근본적 문제는 제2공항 입지가 성산으로 결정된 2015년의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철새도래지-조류충돌 위험은 환경성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누락되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재조사 검토위에서도 타 후보지의 평가조작 의혹과 함께 성산을 예정지로 하기 위한 고의적인 부실이라고 지적되었다.

성산의 철새도래지 문제가 최근 언론을 통해 다시 불거지자 국토부는 지난 주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안전성과 환경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해외 평가모델을 통한 추가 분석과 적극적인 조류충돌 방지대책(양돈장 매수, 해외 조류충돌 방지대책 도입 등)을 마련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 또한 기만에 다름 아니다.

생태보전적 가치가 우수한 제주도의 주요 철새도래지벨트인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산-남원해안은 공항예정지로부터 약 3km에서 5km내에 입지하므로 국내외 안전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계획이다.

즉 국토부가 스스로 만든 법규에도 위반된다. 공항시설법 시행규칙과 조류 및 야생생물 충돌위험감소에 관한 기준(국토부고시 제2017-601)에 따르면 공항 표점에서 3km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과수원 등을, 그리고 8km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 사냥금지구역, 음식물쓰레기 등의 신규설치를 승인하지 않는다. 또 고시에는 13km이내 음식물쓰레기 매립장을 이전 추진해야 하며 3km이내 감귤과수원의 낙과 수거조치 등 다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더욱이 조류를 유인하는 시설인 양식장도 성산 인근해안을 따라 다수가 입지해 있다. 만일 성산에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된다면 국토부의 규정에 맞춰 성산 일원의 수산과 농업구조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귤밭은 폐원조치해야 할 것이고 양식장들도 폐업조치할 수밖에 없다. 불행한 것은 성산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공항 주변에 조류를 유인하는 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엄연한데 공항을 그런 곳에 입지하겠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판단이다. 영국에서는 13km 이내 지역의 조류유인시설을 이유로 신규공항 입지를 부동의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의 서식역이자 철새도래지 보전을 위하여, 다른 대안을 검토하라는 KEI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국토부 주장처럼 안전성과 환경성을 모두 제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항건설을 강행하려는 국토부가 내놓은 적극적인 조류충돌 방지대책이란 조류퇴치와 서식지 파괴를 의미할 뿐이다. 국토부 고시 조류 및 야생생물 충돌위험감소에 관한 기준에 의하면 제2공항 운용 시 8-12명 이상의 조류퇴치 전담인원을 배치해야 한다. 여기에는 조류퇴치 전담인원이 항공기 안전을 저해하는 조류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할 조명탄과 총기류, 폭음기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규정되어 있다. 특히 제 14조에는 자체적으로 수립한 대책에 따라 항공기 운항에 잠재적 위험을 갖는 조류의 수를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하여 서식지의 파괴를 명시하고 있다. 대체서식지 확보가 불가능한 성산의 철새도래지 벨트는 결국 파괴될 운명에 있는 것이다.

제주녹색당은 일관되게 제2공항 사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다. 이제라도 국토교통부는 엉터리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기반한 제2공항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 제주의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공항건설은 안 된다. 공항건설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제주동부철새도래지벨트를 생태관광자원화하는 것이 제주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입지는 애초에 부적합하였고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강행되는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원하는 사업이 아니다. 제주의 가치, 제주의 민주주의, 제주의 미래를 망치는 사업이다.

 

2019.11.11.

제주녹색당 정책위원회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