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제주학생인권조례 TF팀이 공개한 제주 학교 내 학생 인권침해 실태를 접하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일부 교사의 성폭력,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및 차별적 발언 그리고 일제와 군사주의의 잔재인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교칙과 문화가 여전히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나 학교 공동체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지시와 복종의 대상으로 여기는 현재의 학교 문화로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사회인을 키워낼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교육은 권력과 힘으로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패배감을 학생들에게 내재화 시켜줄 뿐이다.
묻고 싶다. 왜 학생들은 학교 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가? 왜 자신의 머리 스타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가? 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일부 교사들의 폭력을 견뎌야만 하는가? 학생들에게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학교가, 과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사회인을 키워낼 수 있는가?
3월 24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의 폭로에 대해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제주도 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 및 성폭력 발생 진상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또한 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반인권적 교칙에 대한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학생들의 참여가 온전히 보장되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교칙을 개정하라. 아울러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주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발벗고 나서, 제도적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라.
인권은 그저 교과서를 통해 배우고 시험을 치르는 박제화된 장식품이 아니다. 인권은 매일 먹는 밥과 공기와 같은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 자신의 인권이 보장받는 자연스러운 경험을 통해, 함께 생활하는 친구, 교사 등 다른 이들의 권리 또한 소중한 것임을 몸으로 배울 수 있다.
제주녹색당은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학교에서 가장 약자인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 학교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지키는 것임을 믿는다. 제주녹색당은 그 모든 과정에 함께 할 것이다.
2020년 4월2일
제주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