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위공무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를 조명한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고위공직자(1,885명) 중 절반(45.1%)에 가까운 852명이 농지(3,778개 필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실태는 더욱 기가 막히다. 한국일보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개인별 농지 보유 상세 내용에 따르면 농지를 보유한 제주도 고위공직자들은 27명이었는데 가액 순으로 10명만 정리하면 고영권 정무부지사, 오대익 의원(교육의원, 서귀포 동부), 송영훈 의원(남원읍), 오영희 의원(비례), 임정은 의원(서귀포 대천·중문·예래), 고용호 의원(성산읍), 김경학 의원(구좌읍, 우도면), 양영식 의원(제주시 연동갑), 강시백 의원(교육의원, 서귀포 서부), 양병우 의원(대정읍) 순이었다. 고영권 정무부지사가 보유한 11개의 농지는 공시가액으로 14억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 순으로 따지면 오대익 의원이 보유한 8개의 농지 전체 면적이 17,7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과 더불어 제주도에는 전국 48명의 공직자들이 19.8ha, 총 147개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중 과연 제대로 농사를 짓는 공직자들이 몇이나 될까? 전북도의회의 김기영 의원은 2014년 제주시 한경면 일대 밭 7,850㎡를 친구와 함께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 후 전북 익산에서 300㎞ 떨어진 제주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하고 쉽게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기자의 취재 결과, 다른 이가 농사를 짓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2공항 등의 개발 계획 발표 전후로 토지 거래 건수와 토지 가격이 급등한 제주의 성산읍에는 고용호 의원이 배우자 명의로 2014년 말 성산읍 일대 밭과 임야 4,875㎡를 지인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12억 5,000만 원에 사들였다. 그 농지는 제2공항 입지 발표와 함께 땅값이 치솟아 7년 만에 8배 이상의 상승했다. 하지만 해당 농지는 유채꽃밭을 운영하고 있었고 기자의 직접 취재에 따르면 농지 구입 후에도 고의원 배우자는 수년간 농사를 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2015년 4월 ‘제주 농지 기능 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하며 농지 투기를 막겠다며 나섰지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외지인의 농지 매입 면적은 2015년~2020년 사이 줄지 않고 있다.
제주의 농지에 대한 투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농지 임대료도 덩달아 폭등하고 있고 실제로는 농지를 임대해주었지만 각종 지원과 세금 혜택을 보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주지 않아 임대농들이 농업인 지원 혜택에서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제주에서는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단호한 정책이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는 제주에 절실하다. 농지는 농산물 생산, 환경자원 보호, 농촌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는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농업이 되살아날 때 농업이 주업인 제주의 읍면 지역 역시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기 위한 첫 단계로 부재지주 공직자들을 엄격히 가려내라. 농지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노리는 공직자들에게 과감히 불이익을 주는 인사 정책을 시행하여 공직 사회에서부터 단호하게 농지 투기의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
또한 부재지주 소유의 농지를 농지은행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제주에서 먼저 시작하라!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청년 창업농에게 우선적으로 경작권을 무상으로 양도하여 제주에서 청년들이 농사를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