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농민에게 온전히 세금이 쓰여야 한다

논평 | 제주녹색당 | 2022-02-03

기후위기시대, 그 가치가 더 커지는 농업과 농촌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농민에게 온전히 세금이 쓰여야 한다

 

기후위기시대, 그 가치와 위기가 더 집중되는 분야는 농업·농촌이다.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즉각적으로 받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위기로 인해 불안정해진 식량생산 구조를 안정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제주도 농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주도정의 1차 산업을 담당하는 농축산식품국에서, 포괄적으로 제주농정을 관할하는 부서는 친환경농업정책과이다. 제주도는 친환경농업을 많이 할 것이고, 관에서도 친환경농업 지원을 대대적으로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0년 기준 도내 친환경인증면적은 2,211ha로 전체 농지의 3.8%에 불과하고, 친환경인증농가는 1,234호로 전체 농가의 4%가 되지 않는다. 전국의 친환경인증농지와 농가수가 5%가 넘는 것과 비교해 보아도 제주의 친환경농업 현황은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부족하다. 2012년 이후로 친환경인증농지는 계속 감소 중이며, 친환경농업정책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제주도의 농업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2020년 도내 농약 사용량은 1만 톤이 넘고, 화학비료 사용량은 20만 톤이 넘는다. 2013년 5,000톤이던 농약사용량이 5년 만에 2배로 늘어난 뒤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돈분 액비나 축산폐기물에 더하여 과도한 화학비료 사용량은 지하수의 질산성질소 수치를 높여 수질오염을 주도한다. 제주의 청정 이미지 이면에는 이렇게 관리되지 않는 농정, 점차 황폐해지는 땅과 물이 있다.

게다가 아무리 몸에 좋고 맛이 좋아도, 외관이 깨끗하지 않은 농산물은 농협이나 가락동 경매시장 같은 일반 농산물 유통 채널에서 상품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직거래할 판로가 있거나 생협, 학교급식 같은 별도의 판매처가 있지 않으면 친환경농업을 하기 어렵다. 고령화 비율이 날로 높아지는 농촌에서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는 농사는 관리의 어려움이 크다. 농사짓기도 힘들고, 팔기도 힘든 농사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관에서 정말 친환경농업을 확대할 의지가 있다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친환경농업을 할 수 있게 유도하거나,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나 푸드 플랜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주어야 하지만, ‘친환경농업’ 이름만 갖다 쓴 도정은 전환의 의지가 없는 듯하다.

당장 2022년 ‘미래 경쟁력 있는 젊고 강한 농업·농촌 육성’을 실현하기 위해 총 2,481억 원의 예산을 투자한다고 하지만, 그중 친환경농업 관련 예산은 90억 원이며, 친환경급식 지원 68억 9,000만 원을 제외하면 0.85%에 불과하다. 적극적으로 견인하고 방안을 모색해 주어도 모자랄 판에, 도정의 의지 없음을 반영한 예산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아예 다른 전환과 계획이 필요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아예 쓰지 않는 유기농, 화학비료만 소량 사용할 수 있는 무농약 농산물은 생산도 판로도 쉽지 않다. 진입장벽을 낮추어 생태적 이득을 얻는 방안이 시급하다. 농산물의 관점보다 농지에 대한 관점으로 전환하여, 친환경농업 육성에서 생태농업 확대로 전환을 제안한다.

1. 초생재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제초제만 사용하지 않아도 생태계에 이점이 많지만 저농약 인증은 2016년 폐지되었다. 감귤농장의 경우 초생재배를 하면 제초제를 사용할 때보다 토양의 물리성과 생물성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가뭄 피해도 적어진다. 많은 농가가 이를 알고 있지만 관리의 어려움으로 초생재배를 기피한다. 하지만, 도 면적의 1/10인 귤밭(160㎢)을 초생재배로 전환할 수 있으면 유의미하게 제초제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초생재배 시 탄소격리효과도 높아지므로 이를 근거로 ‘기후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동시에 가능하다. 제초제를 쓰는 대신 예초할 인력을 지원하는 제도를 신설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

2. 휴경에 대한 보상 현실화를 통해 땅을 쉬게 해야 한다.

개발과 보전의 완충지대로 기능하고 있는 중산간지역의 초지를 불법으로 경작하는 등 투기형 농업이 횡행하고 있다. 과잉 생산, 가격폭락, 제초제와 농약 사용량 증가가 이와 관련이 없지 않다. 현재 월동채소 7개 품목의 경우 휴경 시 1ha 당 360만 원을 지급하는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을 하고 있지만, 임대나 자경에 비해 휴경의 보상이 턱없이 적어 농가들의 호응이 저조하다. 과잉 생산 시 시장격리를 위한 폐기 비용이 매년 반복해서 투입되는데, 이 비용을 전환하여 휴경 시 지급단가를 높이는 것이 지력을 높이고, 농약과 비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더 유의미하다.

3.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는 청년들을 준공무원으로 대우하자.

제주도 농촌에서도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과감히 농촌으로 진입한 청년들도 치솟는 농지 가격과 농지 임대료, 불안정한 수입 등으로 농촌을 떠나고 있다. 농번기에는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청년 실업률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이지만 청년들은 좀처럼 농촌으로 오지 않는다.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 정책과 사회의 시선, 고된 노동을 해도 그에 맞는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데 누가 농촌에 가겠는가? 올해 제주도의 청년농업인 육성 예산은 2억 1천만 원에 불과하다. 청년 농업 육성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조차 민망한 예산이다.

초생 재배하는 귤밭의 예초를 지원하고, 휴경하는 채소밭의 풀씨 관리를 위해 로터리를 치는 등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청년들을 농촌에 파견해 준공무원의 역할을 하게 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하자. 기후 위기 시대 농촌에 탄소 중립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이고 젊은 농촌을 만들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농업 예산을 시설에 지원하지 말고, 사람에게 투자하자.

농업 예산이 농민의 호주머니를 스쳐, 농기계, 농자재, 설비 업자에게 흘러가게 한다면 현재와 같이 농업의 규모화, 농약과 제초제 사용 증가, 지하수 오염, 과잉 생산된 농작물 폐기 등의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에 상응한 온실가스 배출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시대, 그 가치가 더 커지는 농업·농촌이다. 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농민에게, 세금이 온전히 쓰이게 하자.

 

2022년 2월 3일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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