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논평 | 제주녹색당 | 2022-04-05

 

녹색당 부순정 도지사후보 식목일 기념 논평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무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나무에서 온 것들은 먹거리로, 연료로, 도구와 세간살이를 만드는 재료로, 산업의 원료로 쓰이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제주인에게 마을당의 신목(神木)은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자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었다. 

1990년대, 제주 섬에는 없던 워싱턴야자가 가로수로 심겼다. 제주의 휴양지 이미지를 위해 심긴 1165그루의 야자수들은 제주 곳곳에서 열대의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이 나무들은 태풍 안전 문제가 지적되며 작년부터 서서히 다른 나무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공항을 비롯한 유명 관광지의 야자수는 여전히 남았고, 몇몇 야자수는 다시 해수욕장으로 이식되었다. 

어떤 나무들에는 기억이 담겨 있다. 기리거나 기념할 일이 있을 때 나무를 심어 가꾸며 과거와 지금의 시간을 가늠하는 방법이다. 공항 건설과 확장공사로, 하수처리장 건설로 마을을 세 번 옮기며 마침내 지금의 제성마을에 자리 잡은 주민은 설촌 기념으로 12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지난 3월 제주시의 ‘신광교차로~도두 간 도로구조 개선사업’에 의해 그 벚나무들은 40년 만에 잘려나갔다. 마을 주민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가 잘리는 풍경을 보며 펑펑 우셨다고 한다. 제성마을 할머니들은 벚나무가 잘린 곳에서 남은 뿌리를 캐어 집 텃밭에 심고 기도했다. 

도민의 일상에서 나무가 베어지는 풍경은 너무 익숙하다. 매년 봄가을이면 기준과 방법에 대한 규정 없이 가로수들이 몸통만 남기고 가지치기당하는 나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들은 도로 공사를 위해 마음껏 베어내도 되는 취급을 당한다. 2017년 대중교통 중앙차로제 도입과 함께 제주의 최고령 가로수인 중앙여고~제주여중고 구간의 구실잣밤나무들도 베어질 계획이었으나 도민들의 반발로 조천읍 함덕리 공터로 옮겨졌다. 그러나 대부분이 고사했다. 숲 한가운데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잘려나간 비자림로의 나무들은 2018년 확포장공사를 위해 다시 한번 베어졌다. 수많은 생물의 서식처들이 자동차가 단 몇 초를 빨리 가기 위해 사라졌고 상처는 더 크게 벌어졌다. 대부분의 제주도 나무들은 자동차를 위해 베어지고 있다. 

2022년 제주도정은 ‘지역중심, 사람중심 지속가능 도시 조성’을 하겠다 밝히며 수많은 도로 건설 지속 추진 계획을 밝혔다. 공항~평화로 연결노선, 회천~신촌, 와산~선흘 도로 건설, 남조로 도로 확장을 위한 용역, 비자림로 공사 재개, 서귀포우회도로 공사 계획이 모두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 중심의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 한다면서 주차난을 완화하는 주차장 조성계획을 발표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계속 넓히고, 도로에 자동차가 많아지니 또다시 그 자동차들을 수용할 주차장을 넓히는 사업은 사람 중심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금속 기계 덩어리 중심에 가까워 보인다. 자동차를 몰 수 있는 나이의 사람, 차를 소유할 만한 재력을 가진 사람만이 자동차를 몬다는 사회 불평등은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생산부터 이용, 폐기까지 전 과정이 탄소 덩어리인 개인 자가용을 위해 탄소흡수원인 고령의 나무들이 베이고 있다. 

매년 식목일이면 식목행사 나무를 공급하며 어린 새 나무를 심지만, 한쪽에서는 숲을 베어내는 계획이 계속되는 모순이다. 부당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안고 소송 중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역시 도시숲이 ‘빈 땅’ 쯤으로 여겨져 추진된 사업이다. 그렇게 개발된 도시에는 다시 어디선가 온 가로수들이 이식될 것이다.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이다. 벚나무를 잃은 제성마을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3대를 이주해 온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나무를 이렇게 베어버려도 되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했다. 도시개발로 이주당하는 사람들의 삶과 도로 건설로 베이거나 이식되는 나무들의 삶, 이것은 얼마나 다른가? 나무를 심는 것 이전에 신성(神性)의 상징, 마을의 공동체, 주민들의 기억, 생명의 보금자리이자 인간의 호흡기이던 그 나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적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naturalclimate.solutions”와 제작한 영상에는 “공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이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제 스스로 성장하는 마술기계”를 소개하고 있다. 이 마술기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일이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한다. 마술기계의 이름은 [나무]다. 나무를 비롯한 바다의 숲까지 탄소를 흡수하는 자연이 가장 필요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자연을 파괴하는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숲을 보호하고 지켜내는 일이다. 부순정은 제주의 나무와 바다 숲을 더 이상 파괴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들어나가겠다. 

 

 

2022년 4월 5일

녹색당 부순정 제주도지사후보 선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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