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5억원 예산의 보전지역 통합 정기조사결과 숨골은 고작 1곳?

논평 | 제주녹색당 | 2022-10-04

5억원 예산의 보전지역 통합 정기조사결과 숨골은 고작 1곳?

제주도의회는 부실투성이 보전지역변경동의안에 대해 제주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오늘 절대상대관리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절대·상대·관리보전지역에 대하여 5년마다 법정 정기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20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 절대·상대·관리 보전지역 통합 정기조사’에 대해 18개월의 사업기간과 5억원의 사업비를 제시하며 입찰 공고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작년 10월 제주도가 공개한 ‘절대·상대·관리보전지역 변경 안 설명자료’(이하 설명자료)를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관련조례에 따라 보전 지구별 등급 지정 기준을 보면 하천범람지, 숨골, 하천, 용암동굴, 저류지, 저수지 등 지하수 오염취약성이 매우 높은 곳이 지하수자원보전지구 1등급이다. 생태계보전지구의 경우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지 및 군락지, 천연기념물 서식지 및 군락지, 철새도래지가 1등급 지정 기준이며 경관보전지구의 경우 기생화산, 해안선 주변 등 경관미가 매우 높은 지역이 1등급 지정 기준이다.

설명자료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에 단 한 곳의 숨골도 절대보전지역이나 지하수자원보전지구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번 정기조사팀은 현장 조사를 통해 표선 지역에 있는 단 한곳의 숨골을 발견하였으며 그 숨골 반경 5m 이내의 78㎡을 지하수자원보전 지구 1등급으로 상향시키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주민 의견 청취를 통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여 최종적으로 도의회에 제출된 동의안에서는 이 한 곳의 숨골 조차 포함되었는지 확인이 어렵다.

숨골은 제주지하수 탄생의 시작점으로 지하수 함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주 고유의 지형이지만 실태파악 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만큼 홀대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정기조사에서 숨골 실태 파악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제주지역에 초지나 목장, 경작지내, 하천 등에 약 300여곳 정도의 숨골이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2021년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서 제2공항 부지 내 숨골 160개를 확인했다고 하니 제주도 숨골은 300여 곳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제주도가 숨골에 대해 홀대하는 동안 숨골은 매년 개발로 메워지고 있고 양돈 분뇨, 화학 비료, 농약 등의 오염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번 정기조사 결과는 제주도가 숨골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거나 개발의 방해 요인으로 파악하고 숨골 조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자아낸다. 5억 원의 혈세를 투입했음에도 고작 숨골 발견이 1곳에 그쳤다면 이는 명백히 고의적으로 왜곡된 조사이다. 숨골 조사 하나만 살펴봐도 이러한데 다른 보전 지역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제주도의회는 반드시 부실 투성이인 보전지역 정기조사에 대한 책임을 제주도에 묻고 재조사를 요청해야 한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보전지역에 대한 조사는 이변이 없는 한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제주의 독특한 환경자산인 숨골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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