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들불축제, 제대로 토론하고 투명하게 결정하자!

논평 | 제주녹색당 | 2023-04-18

들불축제, 제대로 토론하고 투명하게 결정하자!

제주녹색당은 2023년 3월27일부터 4월17일까지 22일 동안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을 모집했고 총 749명의 시민들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약 3주 동안 제주곳곳에서 제주녹색당이 만난 시민들은 들불축제에 대한 찬반의견을 넘어 최근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들불축제 의견 수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들불축제의 상징성과 논쟁성을 고려해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를 통해 도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도정에 제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였다.

제주녹색당은 오늘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부’를 담당부서에 제출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지속가능성마저 우려되며 매년 논란만 만들어내는 들불축제, 이제 변화해야 한다. 

1997년 당시 북제주군의 마을을 순회하며 소규모 축제로 시작된 들불축제는 2000년부터 새별오름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름 전체가 불에 타는 모습이 알려지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2019년에는 최우수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들불축제 홈페이지에서는 제주들불축제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불을 주제로 하며, 산 전체를 태우는 축제이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축제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뀌면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기후재난의 현실 속에서 세계 도처가 불타는 마당에 불구경하자고 생명들의 터전에 불을 놓는 행위는 전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는 파렴치한 행위일 뿐이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제주의 농민들이 고통받고 어민들이 어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들불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도민들의 삶을 불태우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올해 제주녹색당이 이슈를 제기하기 이전에도 최근 들불축제의 개최 양상에는 변화가 있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행사 자체가 취소되었고,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으며, 2022년에는 강원 및 경북지역의 역대 최대 산불로 인한 재난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는 의미에서 축제가 취소되었다. 올해 들불축제는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고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가 ‘경계’단계로 상향 발령됨에 따라, 광장소원 달집태우기, 횃불 대행진, 불꽃놀이, 오름 불놓기 등 불관련 행사가 전면 취소된 채 ‘불 없는 들불축제’로 치러졌다. 

들불축제는 제주의 대표축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산 전체를 태우는 행위는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도민들과 함께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2. 유명무실한 숙의민주주의 조례, 이번에는 제대로 실현하자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르면 "숙의민주주의"란 정책결정과정에 주민들의 참여와 토론을 통한 공감과 합의를 실현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민주주의 형태를 말한다. 

그러나 숙의민주주의 조례는 취지와는 다르게 유명무실하다. 2018년 위 조례에 근거하여 영리병원에 관한 공론장을 마련했지만 당시 원희룡 전제주도지사는 공론조사의 결과물인 ‘불허 권고안’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영리병원 개원을 허가했다. 행정 수장이 조례의 존재 자체를 거부한 결과, 조례의 취지는 크게 훼손되었고 민주주의 실현의 한 수단으로 제정된 조례는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이번 들불축제에 관해서만은 도민들이 제대로 숙의하여 결정하고 그 결정을 행정수장이 실행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도민들이 직접 원탁회의,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등의 방법론을 통해 하나의 합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정책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체험한다면 도민들은 정치적 효능감을 크게 느낄 것이고 민주적 역량 또한 성숙될 것이다. 


3. 제주시는 형식적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멈추고 민주적으로 숙의하고 투명하게 그 과정을 결정해야 한다. 
제주시와 제주시관광축제추진협의회는 3월20일부터 31일까지 카카오톡 채팅방 ‘들불축제 소통방’을 운영했다. 12일 동안 운영된 소통방에는 최대 180여 명까지 접속하는데 그쳤다. 제주시는 이번 소통방에서 제안된 내용과 이 달 중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토론회를 개최해 향후 제주들불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제주시는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채팅방은 ‘숙의형 민주주의’를 위한 공론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을 모든 사람들이 ‘숙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숙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교류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제주녹색당은 ‘들불축제’이 방향에 도민이 직접 숙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의 목적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주요 정책들이 행정가와 소수 정치인들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 더 많은 보통의 시민들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충분히 숙의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
제주시는 청구인으로 참여한 749명의 의지를 제대로 숙고해야 한다. 들불축제에 관한 제대로 된 공론장을 만들고 그 결과를 반드시 정책으로 실현시켜야 한다.

2023년 4월 18일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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