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비교해 가장 시원한 올해의 여름
폭염에 위협받는 제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폭염이 제주도를 위협하고 있다. 제주 북부는 벌써 열대야가 13일째 이어져 많은 도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여름철만 되면 ‘폭염 일수’, ‘온열 질환자’를 다룬 뉴스를 보거나 폭염주의보 경보 문자를 받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역대급 가장 더운 날로 언급되는 2022년 여름, 제주의 폭염 일수는 ‘9일’이나 지속되었고 도민들은 30일가량을 열대야에 시달렸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제주도 북부는 폭염이 ‘28일’, 열대야는 ‘53일’로 더욱 심각한 현상을 보였다.
폭염의 피해는 기후 위기 취약 계층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2022년 당시 온열 질환자는 93명으로, 대부분 작업장, 논과 밭 등 야외 작업을 하던 노동자와 농부들이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가 전국에서 온열 질환자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제주도의 여름철 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는 더욱 심각하다. 고탄소 시나리오로 가정했을 경우, 2.5일이던 2022년의 폭염 일수는 2030년에는 13일, 2050년에는 26.2일로 예측되었다. 폭염 일수가 증가할수록 기후위기의 약자인 야외 노동자, 노인, 어린이 등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는 2028년까지 전 지구 지표면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초과하는 해가 찾아올 확률이 80%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5년 내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1.5도를 넘는 해가 찾아온다는 얘기다. 올해가 우리 평생 가장 시원한 해일 수도 있다.
제주도정은 심각한 기후변화의 결과인 폭염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의 폭염 관련 예산은 체계적으로 수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응 방식도 쉼터·그늘막 조성, 도로 물뿌리기, 취약 계층 냉방비 지원, 폭염 취약 계층 방문건강관리 등에 한정되어 소극적이고 사후적이다.
특히 폭염에 노출되는 야외 노동이나 농·수·축 분야에 대해서는 예방 교육 활동과 같은 간접적 대책 이외에는 특별한 대응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해당 분야 종사자들을 폭염에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안전문자는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과 생계 보상 대책이 없다면, 공허하기 그지없는 소음일 뿐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노후 주택 그린리모델링과 에너지 전환이 부재한 냉방비 지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에어컨을 덜 틀어도 되는 주거 환경이 선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에어컨을 트는 행위가 폭염의 원인인 탄소 배출에 기여하지 않도록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다.
도시에서도 열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그린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 그늘막만으로 도시의 온도를 낮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나무 심기를 통해 더 많은 그늘을 만들려고 한다지만, 정작 한쪽에서는 멀쩡한 나무를 잘라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그마저도 나무 심기 이외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도시 열섬 현상의 원인 중 하나인 에너지 소비 문제는 어떨까? 제주 전체 건물의 0.009%에 불과한 관광호텔 등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 전체 에너지의 21.9%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제주도의 관리는 전무하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시민 개인에게 조심하라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도정은 가장 먼저 뜨거워지는 제주도에 상응하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라.
첫째, 한쪽에서는 대규모 개발로 불투수층을 확대시키고 녹지를 훼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바람숲을 조성하는 등의 모순적인 행정을 멈추고 종합적인 그린인프라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폭염 조례 개정을 통해 야외에서 일하는 저임금/저소득, 불안정/비정형 노동자들에게 폭염시 쉴 권리를 보장하고 폭염 수당과 같은 소득 보전 대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폭염 예산을 대폭 확대하여 폭염 취약 계층의 노후된 주거환경을 그린 리모델링해야 한다.
점점 뜨거워지는 제주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위해 제주도정은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2024년 7월 19일
제주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