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윤리적소비 공모전 시상식 및 발표회

SHARE X 윤리적소비 공모전

exhib.ethiconsumer.org
2014. 11. 5. 수요일 오후 2시
홍대 카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윤리적 소비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주제
  • 스토리 - 윤리적 소비 경험담을 담은 수필, 기행문, 창작동화, 서평 등
  • 아이디어 - 윤리적 소비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
  • 디자인 - 윤리적 소비 BI, 광고, 포스터, 영상, 애니메이션, 제품, 패키지 등 윤리적 소비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디자인

  • 도착하자마자 코를 찌르는 강렬한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곳,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노인은 한 분도 찾을 수가 없는 곳,

    아이들이 폐타이어를 굴렁쇠마냥 굴리고, 버려진 전등을 장난감 칼처럼 들고 노는 곳,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여과장치 없이 숯을 태워 도저히 숨을 편히 쉴 수 없는 곳,

    깨끗하게 씻겨놓은 아이들이 몇 분만 지나도 언제 씻었냐는 듯 또 다시 새까매지는 곳,

    반나절만 지내도 목이 칼칼해지고 코에서 검은 물이 흐르는 곳,

    제때 치료하지 못해 곪고 또 곪은 상처들을 한 가득 달고 다녀야 하는 곳,

    아기를 안고 계신 어머니가, 제발 한국에 데려다 그 앨 키워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는 곳.

    이 곳은 필리핀 톤도의 쓰레기 마을입니다.

    처음에 쓰레기 마을로 봉사활동을 간다는 소식을 누군가에게 전했을 때, 어떻게 봉사활동 가는 마을을 쓰레기라고 표현할 수 있냐며 저를 나무랐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설명해야 했습니다.

    “이 마을의 명칭이 쓰레기 마을이야. 쓰레기로 가득 차 있거든.”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그 곳에, 모래사장이 있어야 할 그 자리를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쓰레기 더미가 채우고 있었습니다. 공기는 먼지와 연기로 가득 차고, 땅은 고인 물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지만 주민들에게는 쓰레기와 악취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이러한 곳에 사람이 사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저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곳에 사람들이 가서 살게 된 것인지, 사람들이 살던 지역에 쓰레기가 쌓인 것인지, 순서가 무엇이든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색하고 불쾌한 조합이었습니다. 쓰레기와 함께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 충격적이지만 마을의 주민들에게 쓰레기는 어쩔 수 없는 삶의 조건이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건강을 해치고, 아이들을 다치게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릴 수 없게 만들고 있음에도, 그들은 어찌 할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숯이라도 만들어야 하기에 그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지내는 10일 동안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이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쓰레기들이 없었다면, 아무리 가난해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러한 악조건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난하더라도 깨끗한 바다에서 낚시를 하거나 깨끗한 들판에서 식 재료를 구하며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많은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은 이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나 있을까? 내가 버렸던 쓰레기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것들은 지금 어디로 가서 누구를 괴롭히고 있을까? 결국 비난의 화살이 저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시야가 좁고 지각도 부족했던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텀블러나 개인용 컵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대여섯 번 종이컵을 사용합니다.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건 정수기 생수를 일회용 컵에 따라 마시건, 웬만해서는 같은 컵을 두 번 이상 사용하는 일이 없습니다. 수저통이나 그릇을 휴대하는 일은 흔하지 않기에, 시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무젓가락이나 일회용 그릇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일회용 제품들은 그들의 명칭에 굉장히 충실하게 사용될 뿐 아니라, 세상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점점 많은 물품들이 일회용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옷이나 가방은 유행이 빠르게 지나서, 한 계절이 지나면 옷장 대신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기 일쑤입니다. 실제로 다수의 의류 브랜드는 고객들이 기존이 있던 옷들을 빠르게 처분하고 유행에 따라 새로운 옷을 구매하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눈속임에 고객들은 지갑을 열고, 쓰레기는 쌓여만 가는 것이지요.

    장을 보러 갈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매번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것이 번거로워 간편하게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상품을 선택할 때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졌는지 까지 확인하기에는 가격이나 사양 등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 친환경 인증마크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구매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보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는 그 시각적 오염과 불쾌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옷에라도 스칠까 조심조심 쓰레기봉지를 집 밖으로 옮겨둡니다.

    땡.

    다시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눈앞에서 사라진 쓰레기들은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것들이 어디로 갔든지 어디서 썩지 못하고 고여 있는지는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서, 필요하니까 버려야 했던 물건들이니까요. 사실 그런 생각을 하기도 이전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 대한 어떠한 의식적인 죄책감이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보이지 않으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아기들 마냥, 눈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그것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살던 저는, 제가 버린 쓰레기들의 종착지를 보았습니다. 더럽고 불쾌했던 쓰레기들은 한 가득 쌓여서, 그 위에서 뛰어 놀던 필리핀 아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과 강렬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결국 누군가 편리하기 위해 버리는 쓰레기들은 필리핀 쓰레기 마을과 같은 어느 빈민촌으로 이동해 사람들을 죽이고, 자연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거쳤을 뿐,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은 사실상 누군가의 집에 쓰레기를 뿌려놓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그 곳에 가서야 깨달았습니다. 쓰레기는 쉽게 썩지 않고, 결국은 어디엔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무분별하게 생산된 쓰레기는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다치게 하기에, 궁극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간접적인 살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그리고는 인식하지 못했었던 그 심각성과 잔인함에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그것이 불쾌해서 손에 닿는 것조차 싫어하는데, 정작 가지고 있는 소지품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까워서 쓰레기를 버릴 수조차 없는 사람들은 누가 버렸는지도 모르는 쓰레기들 위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문명시대인 지금 누군가는 최첨단 기술의 편리함을 실컷 누리고 있는 이 때에,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원시시대보다 더 못한 쓰레기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모순이 참 안타깝고, 마음 아팠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렸던 그 불특정 다수를 비난할 자격이 저에게도 없다는 사실에 더욱 고개를 들 면목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맑고 티 없는 웃음이 아직도 잊혀 지지를 않습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저는 평소에는 당연한 듯 지나쳤던 사소한 일에도 새삼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악취가 나지 않고 먼지가 가득 떠있지 않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깔끔하게 정리된 거리를 걷고 있음에, 변기에 물을 내리기가 쉽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함을 느끼는 만큼 작은 선택과 행동에도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감히 편리함을 추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편리함이라는 개인적인 작은 효용이 지구 어딘 가에서는 얼마나 강력한 반작용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보고, 냄새 맡고, 느끼고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빈 종이가 남은 공책을 다 사용할 때까지 새로운 공책을 사는 것은 미루며, 불필요한 물건까지 사는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매일 개인용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는 것.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나 가격보다는 얼마나 친환경적인 부품으로 구성되어있는지를 확인하고, 작은 장바구니를 늘 소지하고 다니면서 혹시 모를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것. 쉽게 유행을 타는 옷보다는 한 번 샀을 때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고, 새 것보다는 좋은 상태의 중고 물품을 선호하며, 물건을 구입할 때만큼 물건을 버릴 때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

    사실 물건을 사고 버리는 매 순간 자신의 행동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수만 있다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은 정말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자신의 사소한 결정과 행동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듬이를 곤두세우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은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에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쓰레기 마을의 아이들의 미소와 눈빛을 회상하고 그들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더 밝아지는 것을 상상하면 어느새 그 불편함이 행복함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비록 개인의 행동은 작은 움직임에 불과하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매일 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겠지만, 그래도 작은 점들이 모여 위대한 모자이크 작품을 완성해내듯, 책임을 인식한 개인들의 조그마한 노력들이 쌓여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책임감 있는 불편함이 불러오는 행복, 여러분도 함께 누리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스토리] 그들은 쓰레기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박소희 | 일반 부문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위치하고 있는 톤도 쓰레기 마을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글입니다. 그 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쓰레기를 생산하고 버리는 행위의 위험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책임감 있는 소비자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마을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곳에는 사람이 사는 마을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주민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소지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아까워 아무리 오래되고 낡은 물품이라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음에도, 정작 그들은 누군가 무분별하게 버렸을 쓰레기들 위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끔찍한 모순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얼마나 열악한 환경이면 그 곳으로의 짧은 방문에도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은 어쩌면 간접적인 살인도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작은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쓰레기를 만드는 행위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던 기존의 행동들을 돌아보고 쓰레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구매 습관을 들여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사실 인식만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 실제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은 전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비록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불러올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상상한다면 오히려 불편함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언급하며 글을 마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의 지평을 넓혀 불편함 속의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